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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 머문 약 일주일 동안 한국인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한국인이 없는 게 편하기도 했지만 가끔씩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영어가 짧아 아쉬운 적이 많기도 했다. 그렇지만 오늘은 리스본 한국인 투어가 있는 날!
여행 전에 마이리얼트립에서 리스본 근교 투어를 알아보다가 딱 내 맘에 드는 코스로 투어하는 상품을 찾았고 심지어 리뷰까지 너무 좋아서 조금 비싼 가격이었지만 바로 예약했는데, 바로 오늘이 그 투어를 예약한 날 이었다.
그런데 한 이틀전에 가이드님에게 다급한 연락이 왔다.
우리가 포르투에서 포르티망으로 기차를 타고 이동하던 날 쯤에 리스본에 엄청난 비가 와서 산사태가 났었고 우리가 투어를 예약한 지역이 하필 산에 있는 지역이라 그 곳도 산사태 피해를 입었고 아직까지 복구가 안됐다는 소식이었다. 그래도 비가 그쳤고 복구가 완료되는 대로 투어가 가능하니 전날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하셨다.
포르티망 보트투어도 취소됐는데 설마....
다행히 전날 가이드님이 투어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셨고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갔다.
우리가 일등..! 나는 원래 아침엔 입맛이 없어서 시리얼이랑 빵 조금이랑 해서 간단하게 먹었는데 능길이는 열심히 이것저것 조합해 샌드위치를 만들어먹었다.
여기가 한국인들한테 유명한 호텔인가? 한국인 후기가 거의 없었는데 식당에서 한국인 중년부부를 두커플이나 만났다. 그 중 한 여자분이 "여기 음식 너무 맛있지 않아요?" 하면서 말을 걸어 왔다. 사실 나도 속으로 엄청 반가웠는데 말을 걸어주시니 고마웠다. 그 분은 어제 스페인에서 넘어오셨다고 했고 나는 오늘 근교 투어간다고 자랑도 했다.
조식 먹고 돌아와서 준비하고 어제 갔었던 Restauradores 역으로 갔다. Restauradores 역 앞의 Mango가 투어 집합 장소 였는데, 모이기로 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주변 산책을 했다.
크... 날씨 죽인다.
걱정이 무색하게 투어날 이렇게 딱 날씨가 좋아지니 아침부터 기분이 너무 상쾌했다. 어제 해질 때 본 느낌하고 또 다르다. 사진을 찍으면서 돌아다니니 멀리는 못가고 어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던 곳까지만 걸어갔다가 다시 집합장소로 돌아갔다.
Mango 앞으로 가니 보라색 옷을 입은 가이드님이 버스랑 같이 기다리고 계셨고 첫 인상 부터 너무 좋았다. 뭔가 귀여우시면서도 똑부러지시고 프로페셔널한 너낌...
버스를 타고 시내 바깥으로 이동하면서 가이드님이 계속 재미난 이야기들을 해주셨다. 구시가지쪽에서 신시가지쪽을 지나 시외로 나가면서 처음으로 들려주셨던 얘기는, 리스본이 몇 백년전에 크게 지진이 나서 건물이 다 무너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폼팔후작이라는 인물이 구시가지 지역을 모두 재건하는데 힘썼고 이 지역에 제일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호텔이 있는 신시가지 지역 쪽에 큰 공원이 하나 있는데 구시가지 방향으로 본인이 재건한 도시를 모두 내려다볼 수 있도록 폼팔 후작의 동상을 지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리스본이라는 도시가 더욱 이해가 잘됐다. 골목골목이 다 오르막 내리막인 포르투와 다르게 리스본에 도착했을 때 첫 느낌은 와 넓고 평평하다..! 였는데 그게 리스본 대지진때 새롭게 재건한 지역들은 좀 더 깔끔하고 정비된 느낌이었기 때문이고, 아직 리스본에서 못가본 지역인 알파마지구는 구시가지 중에서도 비탈길이 심한 지역인데 그 대지진 속에서도 무너지지않고 살아남은 곳이라고 한다.
오 신기해..!!
그 와중에 쌩쌩 잘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천천히 가더니 점점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원래 차가 막히는 시간이 아닌데 앞에서 사고가 난 것 같다며 조금 돌아가는 길로 가기로 했다. 가이드님이 말하길, 포르투갈 사람들이 되게 친절하고 소심하고 하지만 운전대만 잡으면 그렇게 험악해서 매번 투어가는 길에 사고현장을 꼭 한번씩은 본다고 우버나 볼트 탈때는 꼭 안전벨트를 하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들으니 며칠 전 포르티망에 도착해 과속 범칙금이 어마어마하지만 난 이 길을 잘 아니까 괜찮아^^ 하던 볼트 기사님이 생각이 났다. 휴.. 우린 무사히 살아남았군.
그 외에도 저수지에서 100명을 밀어서 죽인 연쇄살인마 얘기, 각종 리스본 관광 꿀팁 등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셔서 신트라로 가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너무 재밌었다. 신트라는 생각보다 완전 산속에 있는 지역이었다.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헤갈레이라 저택이었다.
투어의 메인 코스도 아니고 그렇게 우와 예쁘다- 이런 곳은 아니었지만, 날씨도 좋았고 밍가이드님의 재미난 설명때문에 여기서도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돌아다녔다. 여기는 옛날에 어떤 부자 귀족이 지은 별장인데 단테의 소설 '신곡'에 나오는 사후세계 컨셉으로 만들어서 특이한 구조물? 들이 많았다. 약간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줬는데 벌써 잘 기억은 안나지만 이 별장을 본인이 죽고 난 뒤에도 찾아오겠다고 자식들한테 물려줬더니 딴사람들한테 팔아버렸고 중간에 일본인한테도 갔다가 마지막에 신트라시에서 인수해서 대중에게 공개가 되었다고 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ㅎㅎ
아무튼 얼마나 부자였으면 이 산꼭대기에 별장을 짓고 넓은 오페라 공연장도 만들어서 여기서 친구들을 초대해 놀았다고 한다.
아 맞다, 같이 투어하는 사람들은 총 열명정도 됐는데.. 모녀커플 한팀, 어린아이 한명이 있는 가족 한팀, 혼자 여행온 분들이 세명이 있었다. 첫 코스부터 능길이가 내 사진을 엄청엄청 많이 찍어줬는데 찍으면서 디렉팅을 너무 열정적으로 해서 같이 다니는 분들한테 사진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 약간 부끄러웠지만 관심받으니 재밌었다...(나도 관종..?)
그리고 여기서 사진찍으면서 밍가이드님이 능길이 보고 가방 그렇게 메고 다니면 위험하다고... 가이드님 저희 더이상 털릴게 없어요..ㅠ 라고 하면서 어제 일을 말씀드리니 모두가 안타까워했다.
생각보다 꽤 넓어서 투어를 하고 나니 벌써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갔다. 점심을 먹으러 이동!
우와... 가이드님이 데려가주신 곳은 해안가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뷰가 미쳤다. 해물밥 먹고 싶은 사람은 미리 얘기해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별로 안땡겨서 스테이크와 대구리조또 같은 음식을 시켰다. 그리고 능길이는 맥주 나는 그린와인 ㅎㅎㅎ
ㅋㅋㅋㅋ..존맛탱
너무 맛있어서 싹싹 비웠다... 감자튀김엔 당연히 케찹인데 안줘서 달라고 말하니 가져다 주셨는데 케찹 찍어먹으니 더더욱 맛있고..ㅠㅠ 가져다주신 케찹이 맛있어서 사진까지 찍어놨다. calve라고 써있는데 찾아보니 안나온다 ㅠㅠ
근데 밍가이드님이 분명히 포르투갈 여행하면서 식당가면 피리피리 소스 달라고 하면 대부분 주고 매콤해서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고 한번 먹어보라 했는데 그말 듣고 궁금해서 물어보니 없다고 해서 약간 민망했다. 생각해보니 그 이후로 완전 까먹고 아무데서도 안물어봤다. 그래서 피리피리 소스가 뭔데..ㅠ
우리가 조금 일찍 먹은 편이라 버스 타기전에 후다닥 식당 앞에 있는 바다쪽에가서 바람쐬고 왔다. 짱멋져!! 아무래도 우린 바다를 좋아하는 듯? ㅎㅎ
분명히 날씨가 좋았는데 절벽마을에 도착하니까 먹구름이 밀려왔다. 역시 바닷가라 그런지 바람이 소용돌이 쳐서 어차피 하늘이 예뻤어도 예쁜 사진 건지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구름 사이에 뜬 무지개도 보고 그렇게 넓지 않은 곳이라 아주 빠르게 사진 후다닥 찍고 내려왔다.
그 다음은 페나성으로 가기위해 버스를 타고 산길을 따라 올라올라 가는데 한두방울씩 비가 왔다. 오늘만은 비 안오길 바랐는데.. 흐규흐규
다행히 페나성 입구에 도착하자 비가 그쳐서 우산은 안쓸 수 있었지만 자욱한 안개가 우리를 맞이했다.
우와... 하나도 안보여....
파란 하늘과 알록달록한 페나성이 대비를 이루면서 완벽한 사진을 건질 수 있는 포토스팟이 바로 저기 문 너머로 보이는 테라스인데 안개때문에 완전 아무것도 안보여서 웃긴 사진만 찍고 돌아왔다. 심지어 식당에서 그린와인 한잔 먹고 또 흥이 올라서 포즈는 점점더 과감해지는데... 여행사진을 모두 라이브 포토로 찍었더니 망할뻔 한 사진들도 나름 괜찮은 사진으로 뽑아낼 수가 있다 호호..
산 위인데다가 안개가 껴서 습한 기운 때문에 춥지는 않아도 약간 으슬으슬 했는데 빠르게 구경을 마치고 카페에 가서 따뜻한 라떼와 애플파이?케익?을 먹으면서 집합시간을 기다렸다.
근데 집합장소에 모여 페나성을 떠날 준비를 하는 동안 서서히 안개가 걷히더니 하늘이 다시 파래져서 급하게 마지막으로 사진 한컷씩 남기고..!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할 지 나쁘다고 해야할 지 모르겠다 ㅋㅋ
그리고 마지막 코스는 기대하던 호카곶으로 이동했다. 당연히 가이드님이 노을 지는 시간에 맞춰서 짜셨겠지만 가는 동안 해가 스물스물 지기 시작해 굉장히 불안했다. 도착하면 다 져버릴까봐 ㅠㅠ 신트라 투어를 찾아볼 때 나는 절벽마을과 호카곶을 둘다 가는 곳으로 찾아봤었는데 은근히 두개가 같이 있는 상품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호카곶 일몰시간을 맞추기에는 시간이 빠듯해서 그랬나보다.
그래도 완벽한 가이드님 덕분에 늦지않게 옛날 사람들은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했다는 호카곶에 도착했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완전 엽서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여기도 바닷가라 바람이 엄청 불었지만 노을이 너무너무 예뻐서 인생샷 건져보겠다고 사진을 수십장은 찍은 것 같다. 밍가이드님은 한국에 와인도 납품하실 정도로 와인 전문가 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미니 와인잔과 와인을 챙겨오셔서 이렇게 사진에 귀여운 소품으로 담기에도 너무 좋았다. 물론 우리는 소품으로만 쓰지 않고 남들 한잔만 마실때 계속 달라해서 몇 잔을 마신 것 같다 ㅋㅋ
쏘큐트...❤️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임을 알리는 기념비? 같은 곳에서도 사진 한장 남겼는데 밍가이드님이 2미터로 찍어주셨다. 다들 여기서 사진찍으면서 아름다운 풍경때문에 엄청 엄청 행복해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는다.
사진을 다찍고 버스로 돌아오니 해가 다 져서 어둑어둑 해졌다... 시간 완벽크...b
다시 리스본 시내로 돌아와서 가이드님과는 작별인사를 하고 아쉬웠던 우리는 주변을 기웃거려 보았는데 모녀와 가족팀은 먼저 가시고 혼자 온 분들 중에 우리 또래의 여자와 남자 한분이랑 이제 어디 가실거냐~ 하면서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그 분들은 한식당에 가려고 하셨고 우리는 타임아웃 마켓을 가려고 한다고 하니까 거기가 어디냐며 매우 관심있어 하시길래 같이 가기로 했다.
타임아웃 마켓은 영국에 사는 아는 언니가 꼭 가보라고 추천해줬던 곳인데 맛있는 식당들이 모여 있어서 푸드코트 처럼 이것저것 사서 먹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둘이서 먹으면 이것저것 많이 못먹는데 네명이서 가면 더 많은 걸 먹어볼 수 있으니 마침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만나서 신나게 출발했다. 리스본 중심지에서부터 걸어가니 꽤 멀고 이런 곳에 있다고..? 할 정도로 어두컴컴한 길을 걸어 갔는데 찾아서 딱 들어서는 순간 규모에 깜짝 놀랐다.
사실 듣기만 했지 검색을 안해봐서 어떻게 생긴 곳인지 모르고 막연하게 상상하던 이미지가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완전 달랐다. 엄청 깔끔하고 화려하고 넓고.. 여기를 들어오기 전까지는 사람이 길에 거의 없었는데 타임아웃 마켓 안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각자 흩어져서 먹고 싶은 음식을 사서 모였다. 저 까맣고 흉측한 요리는 우리가 포르티망에서 감명깊었던 갑오징어 튀김인 choco frito이다... 사진을 안보고 메뉴판만 보고 시켰더니 저렇게 까만 음식이 나올지 몰라서 매우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맛은 있었는데 너무 시강이라 옆에 앉은 다른 외국인 관광객이 이거 뭐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여기서 시킨 음식은 다 너무 맛있었다. 좀더 대중적인 맛인 가게들이 모여있는 걸까?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이지만 한국인이라는 공통점으로 한참을 떠들었다. 나이도 다 비슷하다보니 말도 잘 통했다. 여행지에서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술먹어본 거는 난생 처음인 것 같은데 긴 여행 중에 오랜만에 만난 한국인이라 그런지 반가워서 더 재밌게 놀았던 것 같다. 내일 두 분은 일찍부터 투어를 또 같이 하기로 하셔서 늦지 않게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렇지만 우리는 뭔가...뭔가 계속 아쉬워서 타임아웃 마켓에서 그렇게 많이 먹고도 엘꼬르떼 백화점에서 피자와 와인을 사서 호텔에 들어갔다. 이때가 한 밤 11시쯤 이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늦게까지 열어주니.. 진짜 이 백화점 너무 좋다.. ㅠㅠ
정말 투어 덕분에 알차게 여행했는데 배까지 빵빵해져서 기분 좋은 하루였다. 마지막 날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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