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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거의 잠을 못자고 새벽 기차를 타러 짐챙겨서 나왔다.
새벽이라 길에 사람이 하나도 없었지만 무섭지는 않았는데 상벤투 역에 도착했더니 몇 사람이 보였고 오히려 사람이 보이니 왠지 더 무서웠다. 그런데 낮에 보이던 입구가 보이질 않았다..! 사실 낮에는 문이 있다는 것도 인지를 못할정도로 뻥뻥 뚫려있었는데 갑자기 벽이 생긴 듯 닫혀 있었고 뒷길로 가봐도 들어가는 입구가 보이질 않았다 ㅠ
새벽 4시반 기차였는데, 첫기차를 예매했나보다 그냥 기다려보자라고 맘편하게 생각하기엔 15분정도밖에 안남은 시간이라 불안해서 왔다갔다거리니 길 건너편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추정되는 현지인이 무슨일이냐고 말을 걸어왔다.
티켓을 보여주며 우리 네시반 기차 타야하는데 이거 언제여냐고 하니까 아마 금방 열거라고 기다려보라고 하셨다. 난 혹시라도 티켓을 잘못 예매한건 아닐까 하고 불안했었는데 그 분이 옆에서 같이 기다려주셔서 뭔가 안심이 됐다. 그리고 조금 더 기다리니 안에서 기척이 느껴지고 문이 열렸다! 문 열릴때 그분이 우릴 보며 거봐!ㅎㅎ 하는 듯한 웃음을 지어주셨고 우리도 고맙다고 말씀드리며 역으로 들어갔다. 정말 친절해 ㅠㅠ
아무리 첫차라지만 출발 5분전에 기차역 문을 여는게 한국인으로서 이해는 안됐는데, 정말 아무도 서두르지않고 걱정과 다르게 기차도 제 시간에 잘 출발했다...
아무튼 우리가 포르투에서 이동할 곳은 포르투갈의 최남단 휴양도시인 알부페이라 지역에 있는 portimao 역으로 간다. 분명히 포르티마오라고 읽는거 같은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포르티망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포르티망은 따뜻한 기후 때문에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 휴양지로 엄청 유명하다고 한다. 겨울은 비수기라 거의 방문객이 없는데 우리는 사진 하나에 꽂혀서 그냥 가기로 했다.
포르티망까지 가려면 기차나 버스를 타야하는데 버스를 타면 거의 하루종일 걸린다고 해서 기차를 택했고 기차도 반나절이 걸려서 쉬운 코스는 아니었다. 심지어 한번에 가는 것도 아니고 상벤투역에서 출발해서 Aveiro역에 내려서 환승 후 Tunes에서 한번 더 갈아타야 하는 정신을 아주 똑바로 차려야하는 코스였다.
아베이로역에 내리니 비가 추적추적 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린 곳에서 바로 갈아탈 수 있어서 짐을 들고 이동하는데 힘든 건 없었다. 여기서 갈아타야할 튠즈역 까지는 네시간 정도가 걸려서 한참을 자다가 드라마보다가를 반복했다. 밖의 날씨는 바람까지 불어 심상치 않아보였는데 아주 가끔 해가 나기도 했다.
근데 잘 가던중에 갑자기 기차가 역도 아닌 길 한복판에서 멈췄다. 원래 우리나라에서도 기차나 전철 타다보면 신호대기때문에 가끔 멈추니까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상할만큼 오래 멈춰있었다. 그러다가 역무원이 와서 현지언어로 뭔가를 설명했고 승객들은 마지막에 오브리가도~ 라며 감사인사를 했다.
우리는 당연히 마지막에 승객들의 감사인사로 끝났으니까 문제가 있었지만 잘 해결됐고 곧 출발할거다 걱정말아라 이런 내용이겠지 싶어서 얌전히 기다렸다. 구글맵을 켜서 현위치를 보니 리스본으로 가는 중에 멈춘 것 같았다. 한참 뒤에 출발하기는 했는데 아무리봐도 우리가 환승해야하는 시간에 튠즈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았다. 튠즈에 늦게 도착하면 포르티망으로 가는 기차를 바로 환승 못하니까 어플을 켜서 시간표를 봤는데 11시 6분에 타야하는 기차를 못타면 1시 13분까지 기다려야했다. 오마이갓.....
근데 잘 기억은 안나지만 한시간가량 늦어져서 절대 11시 6분 차는 못탈 것 같았다. 안되면 튠즈에서 밖으로 나가서 점심먹으면서 기다려야하나, 아님 택시를 타고 가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늦은 채로 튠즈에 내리니 갈아탈 열차가 바로 건너편에 와있어서 영문도 모른채 뛰어가서 탔다.
아마도 여기는 환승편이 있으면 다같이 밀리나보다...정말 다행이지만 그 사실을 몰랐던 나는 리스본에서부터 튠즈까지 두시간 가량을 걱정 속에 보내야했다. 역무원이 설명해준 것도 이런 내용이 아니었을까...
나중에 포르티망에 도착해서 식당에 있는 티비에서 뉴스가 나와 알게된 사실인데 우리가 포르투에 있는 동안 리스본은 비가 너무 많이와서 홍수나고 산사태나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한다. 기차도 그래서 지연이 됐던 것 같다. 우리도 여기서 이틀만 묵고 리스본으로 가야하는데 아주 살짝 걱정이 됐다.
포르티망 역에 내려서는 바닷가쪽에 잡은 에어비앤비까지 꽤 멀어서 볼트를 불렀다. 가면서 아저씨가 이런저런 말을 걸었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엔 안가봤다며 신기해했고 16시간이나 걸려서 왔다니까 매우 놀라셨다. 그리고 우리 차 옆으로 엄청 쌩 지나가는 차를 보면서 이 지역의 과속 범칙금까지 알려주셨는데 과속하면 100만원인가? 잘 기억안나지만 매우 큰 벌금에 운전면허까지 정지된다고 했던 것 같다. 근데 그런 얘기를 하시면서 매우 격하게 운전하셨다. 그치만 아저씬 단속구간을 잘 아신다면서 걱정말라셨다..ㅎ
에어비앤비는 바닷가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에 있는 곳이었다. 호스트가 직접 마중나와서 숙소와 주변 환경에 대한 설명도 해주시고 굉장히 친절하셨다. 그 분은 이 아파트의 다른 층이나 근처에 사시는 것 같았다. 왜냐면 근처 마트에서 장보다가 한번 마주쳤다 ㅋㅋ
숙소는 오래된 건물이라 사진보다는 조금 작고 연식이 있어서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엄청 큰 마트가 근처에 있고 바닷가도 걸어나가면 바로 앞이라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엘리베이터는 신기하면서도 마지막까지 낯설었다 ㅋㅋ 여닫이 문이 있는 엘리베이터라니...
기차가 예상보다 늦게 도착해서 우린 너무 배가 고팠고 바로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에어비앤비 호스트 분한테 추천받은 식당은 닫혀있어서 바로 옆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피자와 연어를 시켰다. 나름 동네 인기 식당인지 손님도 꽤 많았고 맛도 있었다.
배도 찼겠다. 바닷가로 나가보는데...
WoW....
날씨가 그리 좋지않았음에도 진짜 너무 멋있고 벅찼다. 아마 사진으로만 보면 제주도의 주상절리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실제로는 진짜 웅장하고 장관이고... 암튼 달랐다. 그리고 사람이 진짜 하나도 없었다.
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아무도 없어도 되나?? 약간 오면 안될 곳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어느 유적지나 관광지 가면 여기부터는 위험하니 들어오지 마시오 하고 막아놓고 멀리서 봐야하는데 그 안에 들어가서 보는 느낌...
그냥 숙소앞에서 해안가로 계단하나 내려왔을 뿐인데 이런 곳에 들어와 있다니 너무 신기했다. 여름에 오면 훨씬 예쁘겠지만 사람도 그만큼 많을테니 왠지 이 느낌은 지금 같은 비수기에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새벽부터 움직이느라 피곤해서 숙소에 들어와서 조금 쉬는데 낮보다 구름이 조금 걷히더니 예쁜 석양이 보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석양은 놓칠 수 없으니 옷갈아입고 나가보았다.
예쁘다 예뻐❤
우기에 여행을 온 이상 날좋을때랑 석양 예쁘게 질때 부지런히 움직여야 예쁜 사진들을 그나마 많이 남길 수가 있다. 캐리어 잃어버려서 자라에서 산 니트가 석양이랑 잘어울려서 그때도 잘 샀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사진보니 진짜 잘 산 것 같다 ㅋㅋ
열심히 사진을 찍고 집 근처 마트에 가서 저녁을 해먹기위해 장을 봤다. 능길이는 또 여기서 한참을 쇼핑했다. 생각을 해보니 오늘이 현지 시간으로는 진짜 생일인데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근처의 카페에 가서 조각케익도 샀다.
호호...
현지 식재료로 요리하는 것은 요리 만렙인 능길이한테도 어려운 일인가보다. 능길이 말로는 뭔가 잘못샀다고 했던 거 같은데 그래도 와인이랑 곁들여서 맛있게 먹었다. 마트에서 산 초도 꽂아서 생일 축하를 했다. 정말 길고도 행복한 생일이었다.
아이폰이라 잘 안나왔지만 테라스에 나가보니 별도 엄청 많이 보였다. 너무너무 피곤했지만 아쉬워서 마트에서 궁금해서 산 샹그리아 캔 각 한잔씩하다가 결국 이날도 일찍 잠들었던 것 같다. 과연 내일은 또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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