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체크아웃 시간 보다 조금 이르게, 한 9시쯤 나왔던 것 같다. 오늘은 여행 마지막 도시인 리스본으로 이동하는 날.
떠나는 날 까지 비가 조금씩 내려서 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볼트를 불러놓고 아파트 1층에서 비를 피했다. 포르투에서 포르티망까지 올때는 리스본을 지나는 기차를 탔지만 여기서 리스본까지는 Flix 버스를 타보려고 여행 전에 미리 예약했었다. 볼트를 타니 바로 버스터미널 입구에 내려줬고 티켓에 써있는 터미널 넘버를 보고 그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기다렸다.
버스 시간이 좀 남아서 기다리는 동안 능길이는 고새를 못참고 저 멀리있는 매점 같은 곳에 가보겠다고 하더니 신나서 핫도그를 (뱅뱅 돌리며) 사왔다 ㅋㅋㅋ 귀여워...
버스 시간이 가까워 질 수록 또 불안병이 도져서 여기가 맞는 지 플릭스버스 어플을 수시로 들어가봤는데 플릭스버스 어플에서 버스의 실시간 위치를 볼 수가 있었다! 이런거 넘 좋아...
비행기는 앞자리를 사수 못했지만 버스는 좀 일찍 예약한 덕에 앞에서 두번째 자리를 예약했다. 내릴때 빨리 내리려고...
티켓확인을 하고 버스에 캐리어를 싣고 예약한 좌석에 앉아서 룰루랄라 재벌집 막내아들 보려고 셋팅하고 있는데 문쪽에서 기사님과 승객이 뭐라뭐라 얘기를 하는데 뭔가 심각한 상황 같아서 능길이랑 나랑 둘다 귀가 쫑긋해서 무슨 상황인지 들어봤다.
알고보니 프랑스인 모녀가 우리 앞 좌석인 버스의 제일 앞 좌석을 예약했는데 딸이 아직 너무 어려서 맨 앞좌석에는 법적으로 태울 수가 없다는 거였다. 프랑스인 엄마는 계속 예약한 자린데 왜 안되냐, 그럼 다른 좌석에 앉으면 안되냐, 하는 것 같았는데 기사님은 무조건 안된다고만 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혹시 자리를 바꿔주면 탈수 있는건지 물어보니 그럼 괜찮다고 하셔서 얼른 자리를 바꿔드렸다.
착한 일 하고 맨 앞좌석에 탔더니 예상치 못하게 우리 얼굴이 너무 백미러에 잘보였다... 계속 내 얼굴 보며 가려니 괜히 민망...ㅎ;; 버스타고 한 네시간 쯤 갔을까, 버스 타고 리스본을 향해 가는 내내 날씨가 좋았다가 나빴다가 도무지 예상할 수가 없었는데 리스본에 도착해서 내리니 완전 화창!
우리가 내린 곳은 oriente 역과 연결된 버스터미널 이었고, 우리가 예약한 호텔은 sao sebastiao 역에 있어서 전철을 타고 이동해야 했다. 한 10분? 리스본의 대중교통은 리스보아 카드를 사서 며칠동안 이용하거나 viva 카드를 사서 충전해서 사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우리는 리스본에 머무는 날이 짧고 리스보아 카드의 무료입장 혜택을 받는 관광지들을 안갈 것 같아서 viva 카드를 사서 충전해서 사용했다. 결론적으로는 완전 굳굳! 은근히 충전하는게 재밌다 ㅋㅋ
내가 예약한 숙소는 리스본 관광지들이 몰려있는 구시가지 쪽이 아닌 신시가지 쪽 이었는데, 구시가지보다 오히려 저렴하면서 깔끔한 호텔을 예약할 수 있었다. 리스본이 포르투보다 물가가 비싸서 숙소를 오래 고민했는데 매번 어딘가를 나갈때마다 전철을 타고 나가야했지만 어디든 갈아타지 않고 한번에 갈 수 있고 호텔에서 역이 가까워서 매우매우 만족했다. 그리고 역에서 엘꼬르떼 백화점이 연결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백화점과 다르게 엄청 큰 백화점인데도 무려 밤 11시까지 해서 기념품을 사거나 일정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올 때 와인이나 안주거리를 테이크아웃하기 참 좋았다.
호텔도 깔끔하고 넓고 아주아주 좋았는데 분명히 예약할 때 더블베드로 요청했는데 방에 들어와보니 트윈베드였다 ㅠㅠ 그렇지만 따지기도 귀찮고 그냥 침대를 밀어서 붙여서 사용했는데 오히려 넓고 좋더라...
체크인까지 마치고 나니 점심시간이 이미 지난 시간이었고, 멀리 나가서 먹기엔 너무 배고파서 주변의 식당을 찾아서 가기로 했다. 오늘도 평점 높고 + 한국인 후기가 있는 곳으로...
호텔에서 식당을 찾아 좀 더 안쪽 거리로 가보니 이런 예쁜 카페거리? 같은 곳이 있었는데 동네 분위기가 한적하니 너무 평화로웠다.
아침부터 일찍 리스본에 오느라 꾸질꾸질한 상태로 나왔었는데 식당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고급스러운 곳이라 또 한번 당황했다. 한국이었으면 매우 부끄러웠겠지만 외국이라 다행이다... 자리를 안내 받아 앉으니 왼쪽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너무 예쁘게 되어있었다. 따뜻한 분위기에 일단 합격!
에피타이저로 문어샐러드를 시켰는데 고수 빼달라고하는 걸 까먹었다. 그래도 탱글쫄깃상큼해서 그린와인이랑 잘 어울렸다. 메인은 여기가 바칼라우 리뷰가 너무 좋길래 오늘도 바칼라우로 시켜보았다. 다른 곳과 달리 시금치같은 사이드와 오일이 담긴 그릇이 같이 나왔는데 웨이터에게 어떻게 먹는 지 물어봤더니 잠깐 설명하시더니 직접 해드려도 되겠냐고 여쭤보시고 내 그릇에 먼저 셋팅을 해주셨다.
접시에 예쁘게 셋팅해주시면서 대구를 접시의 3시방향, 시금치를 9시방향 이런식으로 놔야한다고 설명해주신 거 같은데 잘 기억은 안난다. 뭔가 먹는 방법이 있나본데 예쁘게 덜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나만 해주고 능길이는 알아서 먹으라고 하실줄 알았는데 능길이꺼도 해주시길래 열심히 찍어보았다. 내가 이것저것 사진을 열심히 찍어서인지 웨이터가 트리배경으로 둘이 같이 나오게 사진 찍어줄까? 하고 물어봤다. 한번 괜찮다고 거절했는데 한번 더 물어보시길래 어쩔수없이 찍긴 찍었는데 진짜 꾸질꾸질해서 사진이 너무 웃기게 나왔다 ㅋㅋㅋㅋ 차마 여기에는 올릴 수 없지만.. 그래도 추억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ㅎ
아무튼 바칼라우는 다른 곳과 다르게 야채랑 같이 먹으니 좀 더 건강하고 짠맛이 덜해서 좋았는데 역시나 양이 너무 많아서 결국 남기고 나왔던 것 같다 ㅠㅠ 직원들도 너무 친절하고 분위기도 좋고 맛도 좋아서 리뷰가 좋았었나보다!
조금 늦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날씨가 너무 좋았지만 너무 피곤하기도 해서 호텔에 들어가서 쉬다가 해가 지기전에 야경보러 가보자! 하고 호텔을 나서서 호시우 광장이 있는 시내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Restauradores 역으로 갔다. Restauradores 역에 내리면 리스본의 구시가지 중심지로 바로 나올 수 있다. 여기는 사람이 진짜 진짜 많았다.
역에서 조금 걸어가니 호시우 광장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하고 있었다. 포르투갈에 와서 처음 보는 크리스마스 마켓! 유럽은 12월이 되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고 하는데 포르투갈 답게 아주 귀엽고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마켓이었다. 쓸데 없는 거 사기 싫어하는 우리는 살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마켓에 왔는데 뭐라도 사보고 싶어 기웃기웃 대다가 초콜릿 컵에 마시는 술을 발견했다. 그때는 뭔지 잘 몰랐는데 지금 찾아보니 리스본 전통주인 진자(Ginja) 라고 부르는 체리주였다. 한잔씩 팔고 있었고 주문하니 초콜릿으로 만든 컵에 술을 담아서 줬는데 엄청 독하면서도 달달한게 맛있었다! 한잔씩 먹으니 몸이 따땃해지는게 기분이 좋았다.
색다른 경험까지 하고 가고싶은 골목을 골라서 무작정 걷다가 산타 후스타 엘리베이터도 봤다. 저기 올라가서 야경도 볼 수 있는 것 같은데 아마도 입장료가 있고.. 줄이 엄청 서있어서 굳이 가보지는 않았다.
조금 걷다보니 비가 갑자기 호도도 떨어졌다. 잠시 건물 외벽에 서서 소나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니 금방 또 그쳤다. 길 따라 쭉 걸으니 큰 문이 하나 나오고 그 곳을 지나가니 코메르시오 광장이 나왔다.
골목길을 나오자마자 엄청 큰 광장이 나오니까 괜히 우와- 하는 감탄이 나왔다. 광장을 지나서는 도로가 있고 그 도로앞에는 바로 바다로 이어지는 큰 강이 있다. 강인지 바다인지 모를만큼 엄청엄청 큰 강이었다. 포르투를 먼저 보고 오니 이렇게 큰 강도, 골목도 광장도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갑자기 넓은 풍경이 나오니 넋을 잃어서일까...
아무런 의심없이 넓은 광장을 돌아보며 구경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가기 위해 아까 내려온 골목보다 사람이 적어보이는 골목으로 가보기로 했다. 이 골목으로 들어가 식당 방향을 따라 중간중간 신기해보이는 가게도 구경하면서 천천히 올라가다보니 리스본 대성당이 나왔다.
일부러 찾아온 것도 아닌데 갑자기 만나서 신기한 마음에 여기서도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 여기서 바로 왼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우리가 가려던 식당이 있었다. 얼음맥주 보고 여기다! 하고 간 곳 이었는데 마침 우리가 한번도 시도를 못해봤던 해물밥도 1인분으로 팔고 있어서 가보기로 했고,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식당이다보니 약간 엉터리 한국어 메뉴판도 있어서 해물밥과 함께 돈가스라고 써있는 메뉴도 한번 시켜보았다.
그런데 메뉴를 주문하고 앉아서 보니 능길이의 가방이 활짝 열려있었고.. 이상하다 이렇게 열어놨을리가 없는데? 하고 보니 그 안이 텅텅 비어 있었다. 그 안에는 손목에 걸 수 있는 지갑과 지갑 안에는 우리의 남은 전재산이 현금으로 들어있었는데... 아마도 오다가 소매치기를 제대로 당한 것 같았다.
굉장히 벌컥벌컥 마시고 싶은 비주얼의 맥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능길이는 사색이 되어 맥주를 바로 마시지 않았다..ㅠ
오면서 찍은 사진을 쭉 보니 분명히 호시우 광장에서는 굳게 닫혀있었던 가방이 식당 들어오기 직전에 들린 성당에서 찍은 사진에서는 활짝 열려있었다. 그렇다면 광장에서부터 여기까지 올라오는 동안에 털렸다는건데, 아주 잠깐씩 횡단보도 신호가 걸린 적은 있었지만 계속 걷고 있었고 나도 옆에 있었는데 어떻게 몰랐을까?? 난 심지어 성당에서 사진 찍어주면서도 가방이 열렸단 사실을 몰랐다...ㅋ
현실 자각 타임을 가지는 동안 메뉴가 나왔고, 역시나 우리는 또 고수를 빼달라는 말을 잊었고... 해물밥은 한국인들의 호평과 달리 우리에겐 그냥 그랬다. 나름 돈가스라고 나온 메뉴는 맥주안주로 나쁘지 않았지만 돈가스 소스가 없는걸 돈가스라고 해도 되나... 멘붕에 빠진 우리의 관심을 돌릴만큼 맛이 좋지는 않았다. 맥주 한잔을 다 마시고 한잔 더 달라고 하니까 사장님이 놉! 이라고 하셨고 응?? 놉?? 맥주 추가주문이 안된다고? 하면서 화나려던 찰나 웃으면서 맥주를 가져다주셨다. 죠크...였군여....
굉장히 예민해진 기분 탓인지 농담도 농담같지 않고 여기 한국인들이 매출 엄청 올려줬을텐데 무슨 저런 장난을 치나?? 싶어서 화날뻔했지만 새로 가져다 준 맥주에 그냥 기분이 풀려버리고 능길이랑 짠 하면서 그냥 더 큰 일 안생기고 현금만 잃어버린 걸 다행이라며 위안삼기로 했다. (그치만 식당을 나와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닥을 열심히 보면서 왔던 길 그대로 내려와보았다...)
다시 광장에서 메인거리? 로 올라가다보니 버스킹 하는 사람들도 있고 신기한 묘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에 유리구슬로 신기한 공연을 하시는 분이 있었는데 한참을 재밌게 보고 나서 돈을 드리고 싶었는데... 현금이 없어!!! 흑흑 재밌게 봤는데 죄송해요...
다시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은 아까보다 왠지 더 화려하지만 쓸쓸했다. 여기서 진자를 마신게 마지막 현금 쇼핑이었다니...
짠 것도 아닌데 절묘하게 동영상 찍자마자 멘트를 치는 능길이 ㅋㅋㅋㅋ 잊고 있었는데 블로그 쓰면서 사진 고르다보니 이런게 있었다. 그럼그럼 에피소드가 되서 이렇게 남겨놓는 걸!
마지막으로 당장 내일 아침에 투어에 내야하는 현금이 있어 atm 에서 현금을 조금 뽑고... 매우 비싼 수수료에 화들짝 놀라고 호텔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여행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12.9~12.19 포르투갈] 9일차 그리고 여행 끝 - 리스본 (2) | 2023.03.18 |
---|---|
[2022.12.9~12.19 포르투갈] 8일차 - 리스본 (1) | 2023.02.09 |
[2022.12.9~12.19 포르투갈] 6일차 - 포르티망 (0) | 2023.01.15 |
[2022.12.9~12.19 포르투갈] 5일차 - 포르티망 (0) | 2023.01.14 |
[2022.12.9~12.19 포르투갈] 4일차 - 포르투 (0) | 2022.12.27 |
- Total
- Today
- Yesterday
- 리스본 대성당
- JavaScript
- 신트라투어
- tapabento
- klm
- 알부페이라
- vinhoverde
- 비뉴베르드
- 버블링
- chama
- 클레리구스성당
- 포르토
- 디바스드림
- 절벽마을
- 리스본
- 이벤트
- 스코프체인
- 절벽트래킹
- 스코프
- 헤갈레이라저택
- 아제냐스두마르
- 베나길
- 문어스테이크
- 클로저
- 포르투
- 에어프랑스
- 베나길동굴
- 수하물분실
- 포르티망
- 카보다로카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