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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으로는 돌아온 내 캐리어에 있었던 크림불닭 + 불닭볶음면을 꺼내먹었다. 반가워서 그만

포르투에 와서 이 숙소에 맨처음 머물게 된건 정말 잘한 일이었던 것 같다. 너무너무 착하신 에어비앤비 호스트도 만나서 문제도 해결되고 숙소에 있는 시간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뷰가 너무 예뻐서 매일 여기에 머무르는 동안 괜히 기분이 좋았다. 층고가 엄청 높아서 살짝 추웠던 거 빼고는(마지막에는 난방을 직빵으로 쬘수 있는 꿀팁을 발견해서 따뜻하게 잘 수 있었지만..ㅎㅎ) 정말 백점짜리 숙소였는데, 오늘 여기를 떠나서 역 바로 근처의 게스트 하우스로 옮겨야한다. 내일 모레 도시를 이동하는 일정이 새벽일찍 있어서 여기서부터 역에 가기도 힘들고 여기가 살짝 가격대가 있다보니 일찍 체크아웃하는게 아까워서 포르투에서 마지막 하루는 역이 가깝고 싼곳으로 예약했다.

아참 체크아웃 할 때 문 밖에서 호스트분을 잠깐 만나서 인사했는데 완전 산타할아버지같은 푸근한 인상이었다. 필립 아저씨 감사해요! 능길이는 이분을 포르투갈 아빠로 임명했다. 

체크아웃 전 아쉬워서 창가에서 한컷

숙소 이동은 처음으로 볼트를 불러봤다. 우버도 많이 쓰는데 볼트를 더 많이 쓴다고 해서 한번 깔아서 써봤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괜찮았다. 11시에 체크아웃하고 새로운 숙소에 캐리어만 맡겨놓고 점심으로 예약한 식당 시간이 조금 남아서 근처 카페에 갔다.

SO COFFEE

여기도 갑자기 카페를 가려니 구글맵 켜서 그냥 별점 좋은 곳으로 갔는데 나는 플랫화이트, 능길이는 콜드브루를 시켰는데 콜드브루는 신맛이 많이나서 별로였다. 얼음은 필요하다고 물어보고 따로 주는 식이었다. 근데 여기도 한국인 리뷰가 있어서 그런지 아까 렐루서점에서 봤던 한국인을 또 만났다. 이 이후에도 몇번 마주쳤던 것 같은데 내적 반가움...

점심으로는 능길이가 체크아웃 전에 알아보다가 일식을 예약했다. 어제 해물탕에 데여서 이번엔 꼭 제대로된 국물을 먹어야겠다며 라멘 런치코스가 있는 일식당으로 예약을 해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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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동양인이 운영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들어가보니 누가봐도 서양인밖에 없었다. 심지어 손님도.. 유럽에서도 일식을 많이 먹나보다. 근데 특이한건 초밥에 와사비가 안들어있다. 그리고 여기서는 롤 같은것도 다 스시라고 하는 것 같다. 에피타이저 + 라멘 + 음료 세트에 스시를 추가했는데 이게 코스로 나오다보니 여기서도 한참을 먹었던 것 같다. 코스요리는 우리 체질에 안맞는지 맛은 있는데 아주 천천~히 나와서 이번에도 먹다가 나오고 싶은 거 꾹 참았다. 배도 이미 라멘에서 다 불러서... 이 나라 사람들은 1인분만 시켜도 양이 엄청 나오는데 밥 다먹고 나면 배불러죽겠는데 커피나 디저트 필요없는지는 꼭 물어본다. 다들 배통이 큰거냐고 내가 뭐라했더니 능길이가 우리는 닭한마리 먹고 칼국수에 죽까지 안해먹냐고... 삼겹살에 된장찌개, 밥, 냉면 계속 시켜먹지 않냐면서... 맞네..ㅎ

밥먹고 나서 숙소에 잠시 체크인 하러 들렀다. 창문으로 클레리구스 성당이 바로 앞에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들과도 바로 아이컨택 가능. 사실 여기 부킹닷컴에서 예약했는데 리셉션도 없는 게스트하우스인지 모르고 예약해서 좀 당황했지만 그래도 나름 화장실이 딸린 방에 시설도 깔끔하니 괜찮았다. 그치만 너무 습해서 1박만 한게 다행인듯..ㅎㅎ 역시 싼게 비지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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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근처로 숙소를 잡으니 색다른 곳들이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라고 알려진 곳도 가봤다. 사실 포르투에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맥도날드가 있다는 것은 알았는데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몰랐었는데 첫 날 강가에 있는 맥도날드를 보고 예뻐서 아빠한테 사진보내면서 '아빠 여기가 세상에서 젤 예쁜 맥도날드래!' 하면서 사진을 보냈었다. 알고보니 그곳이 아니라 여기였지만 내가 봤을때는 거기나 여기나 다 이쁘다. 오히려 강가에 있는 맥도날드가 좀 더 낭만 있는 느낌? ㅎㅎㅎ 굳이 아빠한테 다시 해명하지는 않았다.

산책을 하다보니 이 근처에는 기념품 샵이 많았는데 오징어 게임 굿즈도 있어서 괜히 반가웠다. 포르투에서는 딱히 많은 기념품을 사진 않았고 마그넷 몇개와 튜브잼이 유명하다고 해서 선물줄 거 몇개를 샀다. 포르투갈이 물가는 싼데 딱히 쇼핑할 게 없어서 아쉬웠던... 그나마 한국에서 잘 팔지않는 잼이 괜찮아 보여서 몇개 샀는데 엊그제 친구들한테 처음으로 주려고 가지고 나갔는데 작은 사이즈 잼 6개 한세트가 들어 있는 박스에서 하나가 터져있었다. 처음부터 터져있었는지 비행기에서 터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아쉬웠다 ㅠㅠ

기념품을 사서 숙소에 다시 들어와서 쉬다가 보니 오늘이 12일 오후, 한국시간으로는 13일이 되는 시점이었다. 생일은 당연히 내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차가 있으니 하루 일찍 생일 축하 문자를 받기 시작하자 생일이라는게 뭔가 실감이 나면서 갑자기 이렇게 누워있으면 안되겠다! 지금부터가 생일이다! 하면서 저녁먹을 레스토랑을 알아보고 다시 외출할 준비를 했다. 생일 저녁을 기념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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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os Aires Restaurante

와인을 거의 매끼마다 먹기는 했지만 거의 글라스로 한잔씩만 마셨는데 오늘 저녁은 생일 기념으로 바틀로 시켰다. 그리고 메뉴는 리뷰에서 한국인들이 먹으라고 한대로 스테이크랑 문어를 시켰다. 여기에 한 6시반쯤 도착한 것 같은데 스테이크는 7시부터 주문이 가능하다고 하셔서 와인만 먼저 달라고 해서 홀짝홀짝 마셨다. 저 문어다리랑 같이 나온 빨간 소스의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고추맛? 피망맛? 같은 게 나서 느끼하지않고 문어랑 같이 찍어먹으니 엄청 맛있었다. 생일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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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러서인지 와인을 빈속에 홀짝대서 그런지 알딸딸한게 기분이 엄청 좋았다. 오늘 체크인한 숙소에서 도시세? 를 현금으로 내고 나가라고 해서 잔돈이 필요했는데, 잔돈도 만들겸 렐루서점 옆에 있는 가게에서 젤라또를 사먹었다. 이번에 간 가게는 장미꽃모양으로 젤라또를 퍼주는 곳이었는데 예쁜 색으로 골랐으면 더 예뻤을텐데 우리가 좋아하는 피스타치오랑 초코를 담으니 조금 이상하다 ㅋㅋ 근데 이때는 취해서 장미꽃모양 젤라또 너무 예쁘다고 젤라또 사진을 열심히 찍어대다가 다 녹아서 질질 흘리면서 먹었다. 렐루서점 건너편에서 클레리구스 타워 배경으로 아이스크림 들고 찍은 사진은 뭔가 포즈를 취한 것 같지만 사실은 아이스크림이 계속 흘러서 고개 쭉 빼고 먹는 장면이다 ㅋㅋㅋ 친구가 이 사진 예쁘다고 했는데 아마 요건 몰랐을거다. 그리고 클레리구스 성당은 밤이 되니까 이상한 파란색 조명을 비춰서 너무 무섭다. 우리 숙소에서 여기 바로 앞에 보이는데....

알딸딸한데 예쁜 젤라또까지 먹으니 아주아주 기분이 좋아서 강가까지 산책하러 갔다오기로 했다. 어제는 사람이 그렇게 많더니 월요일이라고 이렇게 아무도 없다.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닌데... 

그래서 강가에 카메라를 세워두고 동영상도 찍어보기로 했다. 동영상 찍는 카메라는 사람이 아주아주 없거나 안전할때만 설치해놓고 찍었는데 카메라 설치할 때 보니까 테라스 가게들 기웃거리면서 돌아다니는 집시같은 아줌마 한명이 있어서 조금 경계하고 있었다.

근데 능길이가 사진찍어준다며 앞에 가서 서보라고 하더니 뒤돌아있는 순간에 목걸이를 꺼내서 프로포즈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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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우니까 캡처로..ㅎㅎ

프로포즈 장면이 동영상으로 남을 줄 알았으면 입술도 좀 바르고 그럴걸... 젤라또 먹느라 다 지워지고 아까 주변을 맴돌던 집시가 오마이갓~ 콩그레츄레이션! 하면서 축하해주긴했지만 그 상황에서도 내 카메라 훔쳐갈까봐 힐끔힐끔 대는게 다 찍혀버려서 너무 아쉽다... 

지금 생각해보니 기내용으로 캐리어하나 들고 탄 것도 매일 운동간다하고 몰래 백화점 다녀온 것도 저렇게 카메라까지 설치해놓고 사진찍어준다고 저 멀리 가서 뒤돌라고 한것까지도 어떻게 하나도 눈치를 못챘을까, 진짜 바보다 ㅋㅋㅋ 그래도 눈치없는 나 덕분에 능길이는 프로포즈 성공했다며 이날부터 훨씬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행을 했다고 한다.  히히..고마워❤

이 날은 숙소로 돌아와 나타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도대체 어케 속인건지 추궁하다가 새벽에 나가야하는 일정 때문에 얼른 잠자리에 들었고, 후련해진 능길이는 바로 잠들었지만 나는 생각이 많아져 거의 밤을 샜다 ㅋㅋㅋ

그리고 프로포즈 받을 당시에는 날도 흐리고 밤이어서 며칠 뒤 예쁜 배경으로 찍은 박스 샷 하나 추가해본다...헤헷 넘 예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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