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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국나가서 한식을 굳이 찾는 사람이 아닌데 혹시나~~ 해서 떠나는 날 회사 편의점에서 진라면 작은컵2개와 불닭볶음면, 크림불닭볶음면, 햇반 두개를 급하게 사서 캐리어에 넣었다. 그런데 어제 캐리어가 분실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오만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아, 우리 라면...!!!!
그런데 어제 에어비앤비에 체크인하고 기내용으로 가지고 탔던 작은 캐리어를 열었는데 뜻밖에 진라면2개와 햇반이 여기에 들어있었다. 아마도 부피가 큰 볶음면들만 마지막에 큰 캐리어로 옮겼던 것 같다. 그래서 컵라면이 있다는 기쁜 마음에 +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2일차 아침부터 진라면2개와 햇반 하나를 뜯고야말았다.

수하물을 잃어버리니 좋은 점이 한가지 있었다. 준비시간이 매우 짧다는 것. 화장도 안하고 고데기도 헤어롤도 없으니 머리도 걍 대충 말리고 옷도 고를 필요 없어서 아침에 누구보다 빠르게 준비하고 외출을 할 수가 있었다.

에어비앤비에 큰 전신 거울이 있어서 나가기 전에 한장 찰칵. 능길이 옷은 작은 캐리어에 거의 다 있어서 살아남았는데 내가 추리닝 입고 나가는거에 슬퍼하니 같이 입어줬다 ㅠㅠ 그리고 하필 출발할때부터 볼에 왕여드름 났는데 여드름 패치도 수하물에 있어서.. 관리를 못해준 내 왕여드름은 지금까지 흉터가 남아있다 흑흑...
아 저 슬리퍼 여행내내 정말 잘썼다. 저것도 출발하는 날 능길이가 급하게 다이소 가서 사온 1000원짜리 일회용 슬리퍼인데 비행기에서도 신고 숙소에서도 그 어느 한군데 실내 슬리퍼를 따로 주는 곳이 없어서 내내 신다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마지막으로 쓰고 버리고 왔다. 이거 없었으면 어쩔뻔!

포르투에 도착해서 날씨를 쭉 보니 계속 흐리고 비 예보가 있었다. 우기라서 어쩔 수 없는거니 날 좋을 때 많이 돌아다니는 수 밖에! 첫 포스팅에도 썼지만 도시 이동 외에는 딱히 계획이 없었는데, 포르투에서 기차타고 1시간 거리의 근교 도시인 브라가에 한번 다녀와보고 싶었다. 그나마 오늘은 비가 저녁에만 온다고 해서 비안올 때 바로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상벤투 기차역으로 갔다.




어제 공항에서 올 때는 지하에서 바로 역 밖의 지상으로 올라오는 출구로 나와서 상벤투역 안은 처음 들어와봤다. 여기가 포르투의 랜드마크?라고 한 것 같은데 오... 진짜 예뿌다
브라가로 가는 기차는 내 핸드폰에 포르투갈 기차 어플인 cp 앱이 깔려있어서 이걸로 예매하려고 했는데 이미 티켓이 마감된 타임도 많았고 가격이 시간대별로 천차만별이라 뭔가 이상해서 기차역에서 전광판의 시간표를 보고 직접 기계에서 구매했다. 이번에는 잊지 않고 기차 앞에 있는 사용확인 하는 기계에 티켓을 찍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초록 불빛이 나왔다.
이번엔 정말 완벽해..! 하면서 기차를 타고 브라가로 출발~
얼마쯤 타고 가니 역무원이 오는 게 보였다. 사람들 티켓을 걸어다니면서 일일이 확인하시는 듯해서 우리도 눈치껏 가방에서 티켓을 꺼내 보여드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눈치였다. 그 분은 영어를 잘 못하셔서 우리가 한번에 잘 못알아들었는데, 티켓이 한장 더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2titles는 2인용이 아니라 2번(왕복)이었던 것이다.....
자꾸 뭘 달라는 제스쳐를 하시길래 아 우리 벌금내나보다.. 하고 신용카드를 드렸는데 노노노노 하시길래 헐 현금만 되나??? 하면서 둘다 벙쪄있는데 본인의 핸드폰을 꺼내시더니 뭔가 열심히 적고 보여주셨다. 영어가 잘 안되니 포르투갈어 => 영어로 번역한 글을 보여주셨는데, 자꾸 뭐 달라고 했던 제스쳐는 티켓 하나 더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고 돌아갈 때는 제대로 티켓 사서 가라고 하는 말이었다.
정말 이게 끝..?? 너무 친절하시잖아..?
어딘지 모르겠지만 파리였나? 그런 큰 유럽 도시에서는 실수고 뭐고 티켓관리 제대로 안하면 가차없이 무임승차에 엄청난 벌금을 먹인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당연히 큰일났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순순히 넘어가주시고 심지어 친절하게 번역기까지 키면서 설명도 해주셨다. 감동...
근데 진짜 웃긴건 티켓 뒷면에 사람한명 = 티켓 1개 / 사람두명 = 티켓 2개 라고 글도 아닌 그림으로 그려져있었다. 역무원이 티켓 뒷면을 뒤집어서 보여주기 전까지 우리는 그런 게 있는 지도 몰랐다. 아마도 헷갈리는 사람이 많은 듯 ㅎㅎ;; 하면서 정신승리를 해본다...

그렇게 무탈할 것 같았던 브라가행 기차에서도 한가지 에피소드를 또 만들고 브라가역에 내렸다. 여기는 역이 되게 작은데 밖에서 보니 그냥 회사건물 같다. 역같이 안생겼다.
역 바로 앞에 봉제수스 성당으로 가는 버스가 온다고 해서 버스정류장에 가보니 시간표와 버스요금표가 있었다. 포르투갈어로 쓰여져 있어서 바로 구글번역기를 켰다. 여행내내 구글 번역기에 있는 사진 찍어서 번역해주는 기능을 포르투갈어만 있는 메뉴판이나 안내판을 볼 때 진짜 잘 썼다. 내 로밍 데이터는 대부분 지도와 번역에 썼을 듯...
아무튼 시간표에 따르면 버스가 곧 온다고해서 기다리는데 진짜 좀 있으니까 버스가 왔다. 아마도 2번 버스였던 것 같은데 요금은 타면서 기사님한테 현금으로 직접 낼 수가 있다. 여행 2일차라 아직 현금이 큰 단위밖에 없어서 기사님이 잔돈 없냐고 했는데 없다했더니 약간 눈치주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잘 거슬러받고 타서 봉제수스 성당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푸니쿨라를 탈 수 있는 플랫폼? 같은 게 있는데 딱히 창구가 없고 서계시는 직원에게 현금내고 바로 탈 수 있는 구조였다. 왕복인지 물어봤는데 내려올땐 걸어서 내려와도 괜찮아보여서 편도로 끊고 올라갔다. 굉장히 덜컹덜컹하지만 길이가 짧아서 괜찮았다. 타고 올라가면서 옆에 안내판에 이게 몇백년 된거라고 써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거보고 약간 무서웠다.







음.. 멋진데? 날씨가 점점 흐려지고 있어서 그나마 파란 하늘이 있는 쪽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사람도 별로 없어서 삼각대 세워서 커플사진도 몇장 찍을 수 있었다.

사실 여기서 보는 뷰의 사진을 어디선가보고 브라가에 꼭 와보고 싶었던 거였는데, 이쯤 내려올 때 쯤에는 날씨가 더 흐려져서 생각한 느낌이 아니었다. 지금 구글링해보니 비슷한 것 같기도...? 그래도 한칸한칸 내려올 때마다 달라지는 뷰가 재밌었다.
이 계단을 다 내려오면 다시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가도 되고 반대쪽으로는 걸어내려가는 길이 있어서 그쪽으로 갔다. 사실 안내판 같은게 딱히 없어서 눈치껏 갔는데 거기가 맞았다. 내려오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는데 다 내려오니 아까 버스 내렸던 그 곳 살짝 아래였고, 막 출발하려던 차를 멈춰세워서 겨우 탔다. 올때도 시간표가 있었으니 돌아갈 때도 시간표가 있었을텐데 돌아가는건 확인도 안하고 룰루랄라 내려갔을까? 자주 오는 버스 같지도 않았는데 약간 루즈해질 뻔했다. 근데 이번에도 잔돈없냐고 똑같이 물어봤는데 이상하게 아까랑 다르게 거스름 돈이 조금 모잘랐다. 작은 돈이라 그냥 시간 벌었으니 됐다 하고 버스에 앉아서 점심먹으러 갈 식당이나 찾아봤다.
오리밥과 대구요리를 파는 밥집을 어떤 한국인 모녀가 갔는데 너무 맛있게 먹었다길래 이번에는 역까지 가지않고 중간에 브라가 시내 근처에서 내렸다.

이 집이었는데, 여기 진짜 현지인들한테도 찐 맛집인건지 안쪽에 사람들이 대기중이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도 몰라 나와서 근처에 비슷한 메뉴 팔고 구글맵 평점이 좋은 곳으로 들어갔다. 여기도 사람이 많았는데 좀더 고급스러웠다.
맞다. 여긴 물도 그냥 주는게 아니라 사먹어야하더라, 주변을 둘러보니 와인먹는 사람이 많지만 물 먹는 사람도 많아서 물을 한번 시켜봤다. 그리고 아까 찾아봤던 오리밥과 감자칩으로 둘러진 대구요리를 시켰는데 메뉴판을 봐도 어차피 까막눈이라 구글맵에 있는 리뷰사진을 보고 시켰다. 그랬더니 웨이터가 둘이 쉐어할거냐고 물어보면서 하프사이즈로 준다고 했다. 아 요리 두개를 먹기 편하게 반반씩 나눠준다는거구나, 오케이 하고 그담에 메뉴판을 보는데 메뉴별로 하프사이즈 가격이 따로 있고 하프사이즈 두개 가격이 하나보다 비쌌다. 그걸 보고 하프사이즈로 각각 메뉴 두개씩 줘서 돈 더 받아 먹으려는거 아냐? 하면서 호구당했네 하는 기분으로 물이나 벌컥벌컥 마셨는데 알고보니 하프사이즈가 1인분이고 풀?사이즈가 2인분 이었더라.. 우리가 구글맵에서 보여준 사진은 아마도 2인분 사이즈였던 것 같은데 둘이서 4인분 시키려던걸 2인분만 시키면 된다고 조언해줬던 건데 괜히 욕했다. 나중에 옆테이블에 2인분 사이즈 나온거 보니까 개크더라...
포르투갈에는 2인분씩 나오는 요리가 많았다. 아예 메뉴판에 2인용인지 써있는 경우도 많았고, 가격이 의심스러우면 1인분인지 2인분인지 꼭 물어보고 시켰다.

근데 여기서 먹은 대구요리가 너무 촉촉하고 존맛이엇다. 능길이는 이때 이후로 계속 이 대구요리 너무 맛있었다면서 또 먹고 싶어했는데 사진보고 시킨거라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게 포르투갈에서 젤 유명한? 흔한? 바칼라우라는 요리였다. 이 사실을 알고 나중에 리스본에서 또한번 먹긴했었는데 여기만큼 맛있는 데는 못봤다.
배부르게 먹은 뒤 브라가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행진 행렬을 만났다. 엄청 키가 크고 팔이긴 인형탈이 빙글빙글 돌면서 긴 팔로 사람들을 치고 다녔다. 가까이 가서 사진찍다가 나도 당했다. 무슨 의미인지 너무 궁금한데 찾아봐도 잘 안나오고 왠지 악귀 쫓는 의식같은건가? 하고 생각은 들었다.
다시 상벤투역으로 돌아왔는데 캐롤 공연을 하고 있었다. 아는 노래가 나오니 괜히 반가워서 잠깐 구경했다.
속옷이나 양말은 잘때 빨아서 널고 아침에 다시 입는 식으로 연명했는데 옷은 며칠동안 입었더니 너무 찝찝해 미치겠고 캐리어는 트래킹 조회해봐도 딱히 업데이트된 소식이 없어서 결국 자라 가서 옷을 사 입었다. 브라가에서 너무 추웠던 탓에 패딩이랑 니트 두개랑 청바지 하나 샀다. 위아래 사기 귀찮아서 원피스 하나 사서 입을까 했는데 역시나 원피스는 다 엄한 것 밖에 안팔았다.

집가는 길에 갑자기 젤라또가 먹고싶어서 사먹었다. 근데 존맛..! 한국 젤라또랑 다르구나 했다. 우리의 원픽은 피스타치오. 여기 점원도 너무 친절했다.

아직 저녁 먹기에는 배가 안꺼져서 집 앞 강가 산책하러 나갔다. 다리 쪽으로 걸어가는데 토요일이라 그런지 거리 분위기가 너무 좋고 야경도 너무 예뻤다.


다리 밑에서는 야외 클럽이 열렸는데 처음에는 약간 무서운 곳인가? 했지만 가서 구경하다보니 지나가던 커플들, 친구들, 심지어 아이들이 있는 가족단위로도 와서 각자의 흥에 겨워 춤을 췄다. 우리도 병맥주 한병씩 사들고 살짝 멀리 떨어져서 강둑에 앉아 관전만 하다가 뒤로 갈 수록 아는 노래도 좀 나오고 사람들이 너무 재밌게 놀다보니 우리까지 흥이 올라서 관전하던 자리에서 일어나 같이 흔들어 재껴봤다. 이 분위기, 조명, 온도.... 잊을 수 없이 재밌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이 때부터 도우루 강이 참 좋아졌던 것 같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와인이랑 안주 사와서 저녁대신 먹었다. 안주를 사러 간 곳에서는 원래 다른 메뉴를 사려고 갔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햄버거 메뉴만 팔고 있다고 해서 치킨버거를 사왔는데 너무너무너무 짰다. 그래도 숙소 창가에 앉아 야경보면서 와인 한잔 하니 최고다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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