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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인 포르토는 직항이 없다. 리스본도 없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도시를 이동할 거라 in, out 이 달라야했고 포르토 in - 리스본 out 이 더 싸서 암스테르담을 한번 경유하는 방법을 택했다.

앞날을 모른채 상쾌하게 출발!

인천공항에서 새벽 1시 25분 비행기라 면세점을 못갔다. 왜 티켓 예매할땐 이 생각을 못했을까? 9일 새벽 1시니까 하루 번다고 생각해서 오히려 좋아.. 하면서 예약했었다. 그리고 암스테르담에서는 1시간 40분의 경유시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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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으로 사육당했다. 맛없는데 맛있어....

경유가 처음이라 인터넷을 또 뒤져봤더니 누구는 1시간이면 가능하다 누구는 그래도 2시간 이상은 있어야 여유롭다.. 말이 많은데 공항에 사람이 얼마나 몰릴지 알수가 없으니ㅜㅜ 어차피 경유시간 넉넉하게 예매해둔 티켓이 맘대로 바뀌는 와중에 딱히 선택권도 없었다. 어떤 티켓은 1시간밖에 없었는데 그거에 비하면 낫지... 하는 마음으로.. go...

경유하는 것은 참 쉽다. 그냥 정해진 게이트를 향해 가면 된다. 그런데 경유지에 도착이 30분 지연됐다!! 심지어 비행기 앞좌석 선점도 체크인할 때 이미 놓쳤으므로 빨리 나갈 수도 없고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약 한시간 가량... 심지어 입국심사를 포르투에서 하는게 아니라 경유지인 암스테르담에서 해야하는데 줄이 꽤 길었다. 안절부절하다가 직원에게 티켓보여주면서 굉장히 급박한 상황임을 알리니 앞줄로 보내줬고 꽤 빨리 입국심사와 짐검사를 통과했지만 도대체 게이트가 얼마나 멀리 있는 지 알 수가 없어서(게이트로 가는 길이 직선이 아니라 막 꺾여있어서 코너를 돌면 얼마나 긴 통로가 나올 지 모르는 상황) 막 뛰었다!!! 도착해보니 안뛰었어도 탈 수 있었을 것 같았지만 한치앞을 모르는 상황에서 안뛸수가 없었다 엉엉 ㅠㅠ

아무튼 무사히 경유지에서 뱅기를 갈아타고 포르투 공항에도 예정보다 30분정도 늦게 도착했다. 갈아탄 비행기가 작아서인지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에 갔더니 짐이 벌써 막 나와있었고 얼마 지나지않아 전광판에 closed 였나.. 굉장히 무서운 글씨가 써있었다.

내 캐리어는 어디로 갔을까... 뱅기를 급박하게 갈아타는 바람에 수하물을 잊었다. 사람도 그렇게 겨우 탔는데 캐리어도 같이 잘 탔을리가... 안내데스크 같이 생긴 곳에 가서 저 수하물이 안온 것 같아요.. 하니까 분실물 센터로 가라고 했다. 그때까지는 좀 믿기지 않았다. 왜 분실물 센터로 가라하지? 나는 잃어버린게 아니라 항공사에서 잠깐 착오가 있어서 제 시간에 못온 것 같은데? ㅋ....

지금 생각해보면 포르토공항이 엄청 쬐만한데 이상한 수하물 따로 분류해놓는 곳에도 가보고 모든 컨베이어 벨트를 다 가보면서 입국장을 뺑글뺑글 몇 번을 돌았던 것 같다. 아마도 그러고 나서야 현실을 자각하고 보니 마침 같은 비행기에서 내린 외국인 부부도 함께 공항을 서성이고 있었고.. (여자분 표정이 누가봐도 캐리어 잃어버린 사람이었는데 나도 그랬겠지?) 남자분이 분실물센터에서 접수하고 나오는 길에 우리가 넘 불쌍해보였는지 가서 분실 접수하면 찾으면 연락준다했다고 너네도 함 가봐라 하셔서 결국 분실물 센터에 가서 캐리어 생김새와 캐리어 자물쇠 비밀번호, 숙소 주소, 연락처 등등 말씀드리니까 확인서를 줬고 거기서 받은 트래킹넘버로 수하물 추적 사이트에서 상태를 조회해볼 수 있었다. 

분실물 접수하고 받은 확인서. 분명히 저렇게 화살표까지 그려주면서 무슨 일 있으면 저기로 연락하라 했거늘...

그렇게 우리는 공항을 두시간만에 떠났고.. 바로 분실물센터가서 접수하고 나왔으면 30분이면 될 것을... 현실 자각하는데 한시간 정도가 걸린 것 같다 ㅋㅋㅋ 

공항에서 포르토 시내 이동은 기차를 이용했다. 기차를 이용하는 방법은 아주 쉽다! 티켓 기계에서 상벤투행 티켓을 사서 타면 되는데 2titles 라는 게 있길래 했더니 안되서 헤매니까 옆에 직원이 이거 고장나서 카드결제는 1title만 살수있다고 해서 아하아하 그럼 하나씩 두번 결제하면 되지~ 하고 티켓 두장 끊고 전철에 앉는 순간 깨달았다. 카드 안찍고 탔다! 

생각해보니 플랫폼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무슨 쪼마난 신호등같이 생긴 게 있었는데 거기에 티켓을 한번 찍어서 사용확인을 하고 타야하는데 분명히 블로그 같은데서 읽었는데도 까먹고 안찍고 타버렸다.. 유럽에서 무임승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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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벤투역까지는 3~40분 걸렸던 것 같은데 애써 평온한 척하며 기차 창밖 뷰를 의미없이 찍어댔다.. 그렇게 역무원과 마주치지 않고 무사히 도착! 이래저래 찝찝하고 착잡한 마음으로 역을 나서는데...

역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뷰에 둘다 우와...*0* 하면서 캐리어고 뭐고 미간 주름 펴지면서 행복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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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까지 좋아서 기분 왕좋고 예약해둔 에어비앤비로 신나게 걸어갔다. 앵무새 산책시키는 사람도 보고 겉옷도 안입었는데 살짝 땀이 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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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중에 지도를 또 잘못 봐서 한참을 헤매다가 들어간 숙소뷰... 이거지..!!! (그치만 날씨좋을 때만 볼 수 있는 이 뷰는 계속 흐린 탓에 체크아웃 때까지 다시는 못봤다.)

잃어버린 캐리어에는 내 옷들과 화장품, 샤워용품, 비상약 등등 매우 많은 것이 들어있는데 이 캐리어가 없으니 짐 풀 것도 없이 나가서 맥주나 얼른 한잔 때리기로 했다. 마침 숙소 바로 1층에 카페테리아가 있는 걸 보고 짐만 내려놓고 바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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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니 사진이 너무 잘나오는데 우리는 거의 24시간 동안 씻지 못한채로 꾸질꾸질스.. 난 심지어 비행기에서 앞머리가 너무 거슬려서 양쪽으로 리본삔을 꽂아놓은 상태였다. 저 건물 3층(유럽에서는 0층부터 세서 2층이라고 표기되어 있었지만..)이 우리 숙소고 바로 앞에는 트램이 지나다니는 길이었다. 실내만 보고 예약했는데 이렇게 좋은 곳이었다니! 기내식을 너무 잘 먹어서인지 배는 별로 안고파서 1층에 있던 맥주집에서 그릴드치킨 하프사이즈와 맥주를 시켰는데 맥주와 우리가 안시킨 이상한 에피타이저들이 엄청난 양으로 나왔다. 능길이가 아미고 맥주 보고 아미고! %$#$% 하면서 샤이니 노래를 부르니 웨이터가 응? 하는 표정으로 보길래 내가 저스트 코리안 송이라고... 해명하고.. 웨이터도 웃으면서 베스트 비어라고 화답해줬다.. 외국나와서 까지 창피할 줄이야...ㅎ

그나저나 에피타이저로 나온 어마어마한 것들을 보고 우와... 하면서 먹어보는데 대체적으로 입맛에 안맞고.. 특히 올리브는 원래도 안좋아하는데 여기서 먹으니 더 우웩하는 맛이어서 몇입먹고 손도 안댔다. 여기 바로 앞이 도우루 강인데 도우루 강이 바다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강이라 그런지 비둘기와 갈매기가 공존하는 부산같은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갈매기는 계속 우리 위를 날아다니면서 기회를 노려 테이블로 달려들었는데 이때마다 아까 아미고에 당황했던 웨이터가 갈매기를 박수치면서 쫓아줬다. 

화창한 날씨와 유쾌한 웨이터 덕분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포르투갈에서의 첫번째 식사였는데 나중에 듣기로 능길이도 계산하면서 기분좋아서 팁도 주려했는데 우리가 몇 입 먹고 손도 안댄 에피타이저가 20유로 가까이 계산서에 추가되어 있는 걸 보고 놀라서 얼른 결제하고 나왔다고... 포르투갈에서는 이렇게 시키지도 않은 에피타이저가 나오는 경우가 많고 안먹을거면 손대지말고 필요없다고 말해야한다고 한다. 그래도 다른 식당에서 몇번 거절해보니까 어떤 식당에서는 괜찮아~ 이거 공짜야~ 하는 곳도 있었고 어떤 데는 필요없어? 오케이 하고 치워주는 데도 있고 그랬다. 기준이 뭘까 ㅠㅠ

생각해보니 여행오기전에 예약했던 식당이 딱 하나 있다. chama 라는 식당인데 능길이랑 여행오기 전 주말에 우리 이렇게 무계획으로 가도 될까? 첫째날 계획만이라도 짜볼까? 하다가 엄청 리뷰가 좋은 식당을 발견해서 예약메일 보내고 끝냈던 바로 그 식당..

https://www.tripadvisor.co.kr/Restaurant_Review-g189180-d19647636-Reviews-Restaurante_Chama-Porto_Porto_District_Northern_Portugal.html

 

Restaurante Chama

Rua dos Caldeireiros 111, Porto 4050-140, Portugal

www.tripadvisor.com

나는 네이버 블로그 글 보고 예약했던 거 같은데 지금 찾아보니 트립어드바이저에서도 리뷰가 엄청 좋다. 

아무튼 숙소 올라가서 좀 쉬다가 숙소에 있는 비누와 바디워시와 샴푸로 겨우 씻고.. (능길이만) 옷 갈아입고 저녁 6시에 예약해둔 chama 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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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쩌 너머의 동네로 석양이 들어 엄청 예쁜 배경사진도 건졌고, 월드컵 기간에 방문한 터라 길가에서 현지인들과 축구도 잠깐 보고, 약국을 발견해 로션도 사고 마스카라랑 아이브로우도 있길래 한번 써보고 화장했다고 신나서 셀카까지 찍고 났더니 예약시간이 되어 식당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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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ma는 코스요리를 파는 곳 이다. 분명히 7시 예약이 꽉차서 6시로 예약한건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7시가 넘으니까 자리가 거의 채워지긴 했다. 예약금을 안받아서 다들 노쇼 하는건가? ㅠ 예약 안내 메일에는 가격도 1인당 38유로(음료제외)라고 미리 안내해주고 알러지 있는 음식이 있는지 등을 물어본다.  코스요리에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우리는 여기에 추천받은 칵테일 두잔과 와인까지 먹고 중간중간 홈메이드 술(매우 독하고 달았음)을 모든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샷잔에 따라줘서 원샷으로 몇번 마셨다. 안그래도 첫날이라 시차적응도 필요한데 술까지 들어가니까 저 문어 샐러드? 이후로 배가 너무 부르고 눈이 슬슬 감기고 중간에 그만 먹고 나오고 싶은 정도였다 ㅋㅋㅋ 그래도 돈이 아까워 음식을 남기면서도 후식까지 먹긴 먹었는데 능길이는 초반에 시금치 스프? 같은거를 먹고 너무 맛있다고 매우 놀랐지만 그 이후로는 말이 없었고.. 나는 거의 반수면 상태에서 먹었기 때문에 맛이 기억이 안난다 ㅋㅋㅋㅋ 하필 왜 첫날 저녁 6시에 코스요리를 예약하냐고... 스스로에게 한탄해보지만 그래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우리 바로 다음 손님으로는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커플인지 모자지간인지(진짜 구분이 안됐음..) 왔는데 우리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았다. 하필 이 많은 테이블 중에 동양인끼리 몰아서 앉히는 건가?? 첫날이라 매우 경계심이 강한 상태에서 나혼자 속으로 기분나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착한 포르투갈 사람들이 그랬을리가 없고 그냥 예약 순으로 앉힌 것 같다 ㅎㅎ;

나가기 직전 능길이는 화장실갔다온다고 자리 비운사이에 갑자기 내 옆에 앉은 중국인 여자가 바닥으로 스르르 내려가더니 앞으로 엎드려서 헛구역질?을 하는 것 같았다. 진짜 이게 무슨 일이지? 한국에서도 흔치않은 일인데... 너무 당황해서 괜찮냐고 물어볼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굳어서 지켜보는데 대각선 테이블에서 남자가 뛰쳐와서 굉장히 프로페셔널하게 대처를 하는데 왠지 간호사나 의사같은 의료 직종이 아니었을까 싶다. 능길이도 화장실에서 돌아왔고, 우리는 어차피 도움도 안되고 그냥 얼른 계산하고 나가자하는데 우리 테이블 서버가 옆테이블 때문에 나가는거냐고 굉장히 아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우리는 원래 나가려던 거였는데 옆자리 아픈 사람 때문에 나간 한국인이 되어 버렸지만 짧은 영어로 해명을 할 수는 없어서 흐흐 웃으면서 계산하고 나왔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서는 기억이 안날 정도로 기절하듯 잠든 것 같다.

출발 과정부터 썼으니 거의 이틀에 가까운 스토리지만 절반은 비행기에 갇혀있었다 치고 하루만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났었다는게 믿기질 않는다.  그래도 여행에서 돌아와서 글로 옮기니 재밌기만하다.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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